파브리병 환자 60%가 겪는 증상의 중심에는 ‘심장’이 있다.

SBS 드라마 <의사 요한> 지성이 밝혀낸 유전성 희귀질환 ‘파브리병’,파브리병 환자 60%가 겪는 증상의 중심에는 ‘심장’이 있다. 지난 7월 19일 방영을 시작한 SBS 드라마 <의사 요한>에서는 의사 출신 재소자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교도소 내 열악한 상황에서도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차요한(지성 분)과 교도소 의무관 알바 강시영(이세영 분)의 고군분투가 그려졌다. 생명을 살리려는 치열한 현장 가운데 주목된 질환은 바로 ‘파브리병’. 재소자는 사지에 타는 듯한 통증 및 설사와 구토를 동반한 복통, 혈관각화종, 각막 혼탁, 무한증 등의 증상을 지속적으로 호소했고, 다양한 통증으로 교도소 내 ‘꾀병’ 환자 취급받던 재소자에게 차요한만이 유일하게 파브리병 진단을 내린다. 과연 파브리병은 무엇이며, 이처럼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더불어 다양한 증상 가운데 심장 질환은 없는 것일까?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안에 존재하는 리소좀은 체내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리소좀 안에 알파-갈락토시다제 A(α-galactosidase A)라는 효소가 부족하거나 없을 경우, GL3(globotriaosylceramide)라는 당지질이 분해되지 않고 다양한 장기의 세포 내 계속 축적되어 발생하는 질환이 바로 파브리병이다. 파브리병은 GL3가 세포 내에 축적되면서 심장을 비롯해 눈, 신장, 피부 등 전신에 다양한 임상 증상을 나타낸다. 대표적인 초기 증상으로는 드라마 속 재소자 환자처럼 손과 발이 타는 듯한 통증과 복부 통증, 각막 혼탁, 발한 장애 및 혈관각화종 등이 있다. 또한 10대에서 20대 사이 미세알부민뇨와 단백뇨로 신장 손상이 시작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장병증 정도는 더욱 심해지고 특히 신부전증은 치료 받지 못한 파브리병 남자 환자에서 흔한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이 외에도 드라마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파브리병 환자의 약 40~60%가 겪고 있는 주요한 증상이 있다. 바로 좌심실 비대, 부정맥, 협심증 등과 같은 심장 질환이다. 특히 GL3가 심장 근육을 구성하는 심근 세포에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심근 비대에 의한 심장 기능 이상이 파브리병 환자에게서 빈번하게 확인되고, 그 중 동심성 비대(Concentric hypertrophy)가 가장 흔한 구조적 변화로 보고됐다. 파브리병의 심근증은 심장 근육의 수축 및 이완 기능의 감소로 인한 심부전증에 의한 증상이 많이 발생하며, 파브리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가장 흔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파브리병 환자에서 심장의 맥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는 부정맥도 매우 빈번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와 같이 드라마에서 다룬 초기 증상 외에도 눈, 소화기, 뇌혈관 등에 여러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난 후에도 파브리병까지의 진단은 쉽게 이루어 지지 않고 지연되기 일쑤다. 드라마에서도 국소분절 사구체경화증 등 다른 질환의 가능성으로 인해 파브리병 치료가 늦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첫 파브리병으로 인해 증상이 나타나는 평균 연령은 남성의 경우 6세에서 8세, 여성의 경우 약 9세로 확인됐으나,2[기12] 최종 파브리병 진단까지 최대 15년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브리병의 진단 시기가 강조되는 이유는 희귀질환임에도 증상의 진행을 늦추고 고통을 경감시켜 환자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는 효과적인 치료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리소좀 내 부족하거나 결핍된 효소를 직접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nzyme replacement therapy, ERT) 치료로, 2001년 유럽의약품청(EMA)과 2003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승인 이후 환자 치료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파브리병으로 인해 신체 내 장기들의 기능 손상이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나빠진 후에는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치료 시점이 빠르면 빠를수록 환자의 예후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조기 진단은 더욱 강조된다. 국내에 파브리병 환자들은 약 150명 정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일본의 1,500여명에 비하면 상당히 적은 수이다. 인구를 고려하면 약 500명 이상의 환자들이 아직 진단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파브리병이 조기에 진단 해서 꾸준한 치료를 받는다면, 합병증 없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조기진단과 전문가에 의한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 파브리병의 조기 진단을 위해, 현재 대만 및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신생아 스크리닝을 통해 환자 발굴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또한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유전되기 때문에, 한 명의 환자가 발굴된다면 가족 검사를 통해 평균적으로 가족 내에 3-5명의 추가 환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앞서 서술한 증상을 바탕으로 이유를 알 수 없는 잦은 증상이 지속될 때에는, 파브리병 진단을 위한 DBS(Dried Blood Spot, 건조혈액여지)나 전혈 효소 검사 및 유전자 검사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며, 확진 시에는 추가 환자 발굴을 위해 적극적인 가족 검사가 수반돼야 한다. <의사 요한>의 차요한은 11만 7천 명 중 한 명, 즉 0.00001도 채 되지 않는 낮은 확률의 파브리병을 짚어냈다. 약 5천만 명의 대한민국 인구를 고려할 때, 약 100~200명 정도로 추산되는 국내 파브리병의 환자 수는 아직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증상으로 고통 받고 있는 미진단 파브리병 환자가 많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드라마를 통해 희귀질환 파브리병이 소개된 만큼, 질환에 대한 인식 증진이 조기 진단과 치료를 통한 환자 발굴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대한심장학회 - 미디어 속 심장질환 '파브리병 바로 알기']
미디어 속 심장질환 2019-07-30 13:54
더 많은 목록보기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